정말 유쾌하고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캐릭터와 국가를 정하고 컨셉도 마음껏 정할수 있는 것이 재밌었는데 처음 해보는 룰이니 좀 더 익숙해지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저는 룰북이 없는 고로 샘플 시트를 이용해서 벌레도 죽이지 않는 김기사(기사/성술사)로 미궁킹덤을 플레이했는데, 세션에서 나왔던 마약차나 빈민가를 밀고 지은 마약온천과 더불어 코오니를 괴롭히며 국민들은 글을 모르는... 극단의 우민화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이거 막장국가 아니야?! 생각하면서도 이게 이상하리만큼 시나리오에 잘 맞았습니다ㅋㅋㅋ 다른 분들의 재치있고 깨알같은 롤플레잉과 알게모르게 꽂아둔 플래그가 합쳐져 착실한 복선회수가 되고 여기에 개그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갓세션이 되었던 것 같아요ㅋㅋㅋ 다음에도 여신다면 또 참여하고 싶네요. 여러분 미궁킹덤하세요!
재밌게 다녀온 마기로기 세번째 오프세션!! 이번에는 율리피쉬님이 수고해주셨고, 플레이어셨던 스테아님과 도룡뇽님과는 초면이었는데, 플레잉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초심자인 제가 많이 배웠기도 했고 즐겁게 세션하고 뒷풀이도 하고 왔어요. 서공들의 멋진 롤플레잉과 전투에 눈반짝반짝...!
한 번 세션을 갔던 지속 PC인 탓에 예전 세션의 이야기도 다소 있습니다. 너에게 고하며 시나리오의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백스페이스나 X버튼으로 유유히 빽스텝을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1월 11일 오전 11시, 오늘 오전에 시작했던 마기카로기아 시나리오 [너에게 고한다]가 끝났습니다. GM님은 베릴님, 플레이어분은 마기로기 초행이신 챠스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한 마디만 하자면... 캐릭터 입장에서도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는 거네요. 허허허... 금서란 정말 무서운 것....
1. 시나리오 기믹
마기카로기아 만년 초짜인 제 입장에서 봐도 기존 시나리오와 첨예하게 다른 점이 잘 보이는 시나리오라 참신했습니다. 우선 이런 핸드아웃식 구조의 시나리오에서는 쓰일 때 특히나 주의가 필요한 서술트릭을 것도 PC대상으로 과감하게 집어넣었다는 것에서 굉장하다고 느꼈습니다. 흡사 인세인을 떠올리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세상에.. 우치노 PC가 어느샌가 금서중독이 되어있다니!? PVP하나? 설마? 아니겠지!
이런 잡걱정을 시원하게 깨부수고 정말로 클라이맥스에서 1:1 맞짱, 와.... 정말 드문 경험이었어요. 세상에 같이 분과회로 활동하다가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금서중독이 되어서 빙의심도 5를 찍고 금서전(이 아니라 실상 PVP)에 들어가는 경우는 굉장히 희박한 확률일테니까요.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주운이 딜런을 살려서 다시 다른 시나리오도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딜런은 다음 시나리오 갈 때까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보내겠군요(...)
2. 초기 앵커와 딜런
리드 딜런의 초기앵커, 그리고 알레이스타의 초기 앵커를 과감하게 사용한 것도 위기감을 높이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마기카로기아 PC의 초기앵커는 왠지 모르게 관계의 시작, 그 PC에게 있어 모든 것의 시작이 되는 인물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그걸 직통으로 찌르는 것으로 PC들의 동기부여적인 측면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었습니다.
딜런의 초기 앵커인 코너 헤이스의 경우는 딜런이 마법사가 될 무렵부터 딜런과 친구였고 비유하자면 소꿉친구같은 관계입니다. 일본에 가서도 다시 만나 자주 보는 사이이기도 한 그런 친밀한 앵커에게 단장을 빙의시킨다고 생각해보면 아차 싶어지죠......
게다가 타임 리미트.. 빙의심도가 존재한다는 건 곧 그 앵커는 내버려두면 심도가 쌓여서 죽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딜런이 정말 열심히 하더라구요(...) 물론 다이스는 이번따라 영 안좋았지만....
3. 금서중독에 대해서
딜런은 작성 초기에도 단장이나 금서에 대해서 꽤나 경각심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뭐 대법전 마법사라면 당연한거겠지만 그간 마법사로 활동하며 해온 경험도 있고 특히나 이전 세션의 사건을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을 키웠겠죠. 그런데 이번 세션에서 막상 자신이 그것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니... 정말 많이 당황한 눈치더라구요. 뭐 세션 당시에는 그렇게 당황할 여지도 없이 바로 심도가 5까지 치솟는 바람에 제정신을 잃어서 기억을 대부분 못하고 있긴 하지만요...ㅋㅋㅋㅋ
금서중독으로든 서적경으로든, 흑화한 딜런의 경우는 정말 자신을 원하는 목표 하나를 위해서 행동할 거란 느낌이 강합니다. 아마 그간 자신이 억눌러온 것을 금서로 한번에 해방시켜서 한풀이한단 느낌(...) 뭐 그렇게는 절대 되지 않겠지만요... 아직은 괜찮다 아직은!! 갠적으로는 이 세션 이후로 한동안 다시 그 사건을 적어둔 수첩을 보지 않을까......()
4. 게임플레이적인 부분
난이도 자체는 기믹이 많아서 어려운 느낌이었습니다. 되게 다이스가 많이 굴러가서 물음표 띄우면서 진행했는데 그게 단장 장서에 있더라구요ㅋㅋㅋ 어쩐지 씬표 굴릴 때마다 리롤하시더라ㅠㅠ.... 난이도의 물이 서서히 차오르는 수조에 혼자 갇혀있는 딱 그런 느낌인 게, 긴박함이 꽤 있어서 집중하며 했습니다.
그리고 클라이맥스전.... 저는 당연히 이후로 세션할 계획이 쭉쭉 있는 지속 PC에게 이 이상 금서중독을 심화시킬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무한의 마소는 당연히 패스, 금서시트도 보지 않고(...) 딜런으로만 PVP느낌으로 진행했습니다.
이 전투에서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허신 쓰면 심도 오르는 줄 알고 못썼던 거네요.... 다음에는 애매하면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OTL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으면서 롤플레잉을 더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남네요.... 어째 마기로기 시나리오는 가면 아쉬운 게 다 묘사쪽이라(...) 뇌내 묘사스톡을 더 쌓아두든지 해야겠습니다 크흡..............
그러면서 적당히 알레이스타와 [무심] 쓴것마냥 무표정으로 적대해가며 싸우고.... 알레이스타가 폭딜을 줄 때, 솔직히 진정한 모습을 할까말까 되게 망설였는데(맘으로는 하고 싶었는데 난이도가 너무 올라가는 것 같았습니다ㅠ) 결국 다갓님 점지를 받고 리타이어....
마지막으로.... 생존다이스. 6을 찍고 힘세고 강하게 복귀..... 이야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1, 2 나왔으면 저 울었을지도 몰라요ㅠㅠㅠㅠㅠㅠㅠ 생존 다갓님 아리가또....
5. 후감상
아 정말 재밌었습니다. 박진감도 넘치고, 알레이스타와 함께 ★☆리드★☆ 분과회로 뛰었던 것도 재밌었고, PVP했던 것도 재... 재밌었습니다(눈치
다음에도 이런 재미있는 시나리오 하고 싶네요.... 일정으로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서 마스터링해주신 베릴님, 함께 세션해주신 챠스님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도 또 봬요...!!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여러분, 부디 스포일러를 보시고 비명을 지르며 전화 내용을 알아버려서 시나리오 못간다고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일절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주의해서 열람해주세요.
1. 시나리오의 평가
되게 본격적으로 쓰는 것 같지만 간략하게 쓰겠습니다. 구성 자체는 한 PC에게 조명이 가 있어서 마기카로기아치고는 조금 이질감이 들었어요. 제가 짧은 경험으로 느낀 마기카로기아는 각자가 제 역할이 있고 서사가 있어서 그것을 함께 해쳐나가며 최대한 시나리오의 텐션을 끌어올리는 느낌이면 이 시나리오는 한 PC가 주인공 역할, 나머지 PC가 그 보조까진 아니어도 약간 시나리오의 큰 맥락에 끼기엔 약간 애매한 역할을 맡아서 참신함과 동시에... 죄송했습니다...(딜런 봄)
구성으로만 따지자면 그렇고, 내용 자체는 안타까운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원문을 보니 PC1과 설강화는 제자와 스승의 사이이고... 이 부분은 베릴님이 약간의 개변을 하신 것 같지만 어찌됐건 딜런은 시라이시 사쿠라라는 딸이 생기게 되었고... 아내인 설강화 씨는....
2. 설 강 화....
하하하하하 죄송해요! 죄송해요!!! 우리 딜런쟝이... 그렇게 매정하게 대해서 죄송합니다ㅋㅋㅋㅋ(강제로 머리 숙이게 함) 저 분명 중간에 조사하면서 설강화씨가 기다렸을 거라 생각은 했어요ㅠㅠㅠㅠ 소중한 사람 되찾고 싶고 같이 살고 싶은 거, 그게 나쁜 것도 아니고!! 비밀 다 파면 1, 2년도 아닌 15년이나 그렇게 기다리면서 살았을 거라고 메타추리가 되잖아요! 그걸 생각하니까 진짜 제 캐릭터가 매몰차게 느껴지는 거에요.... 매정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어서, 농담삼아 생각했지만 음 욘석은 대대로 다른 시나리오를 굴려서 그만큼 고통을 받게 해야하나... 좀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제 캐릭터가 잘못했네요!!! 이제 딸인 사쿠라도 있으니까 잘해야 해, 알았지....ㅠ
3. 렌의 소멸 건
렌... 에틸린님.... 정말 시나리오 내내 미안합니다!
렌은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본인의 흥미로, 함께 끝까지 조사해주었지만 정작 몸고생은 렌이 다 한 기분... 마법전 혼자서 2번이나 했으니까 소진도 되었고... 그것도 처음에는 굉장히 힘든 난이도였어서 입회라도 했어서 다행이었던ㅠㅠㅠ 행운이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는 그 요긴함도 잠시였다는게 문제였습니다.....
마지막 금서봉인하는데에서 탈락하시는데 정말 솔직히 말해서.... 딜런과 렌이 사이좋게 마법전 1번씩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습니다. 처음이야 거의 강제이벤트라 어쩔수 없었다곤 해도 역시 두번째는 딜런이 했어야 했다...ㅠㅠㅠㅠㅠ 마지막에 렌이 남긴 말로 딜런은 한동안 우울감에 시달리면서.... 자신이 어떻게 하면 좋았을까 되뇌였을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자기 딸이 곁에 있어주긴 하겠지만 렌의 빈자리가 없는 것은 아닌걸요.. 그래도 뭐 시간이 흘러서 기억이 희미해지고... 현실을 보고 심기일전했겠지만요... 딜런은 그런 성격입니다.........
4. 리드 딜런이라는 캐릭터
리드 딜런 얘는... 지금도 말할 수 있지만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짠 캐릭터였습니다. 그냥 방문자인 캐릭터 한 명 만들자~ 해서 가볍게 만든 거거든요. 그런데... 제 생각없는() 본의와는 다르게 너무 심기가 굳건하고, 산전수전 겪은 느낌이 나와서 그걸 연기하는 뒷사람도 당황했습니다. 리드 딜런이 지니고 있는 캐릭터성 자체는 흔히 제가 RP하는 타입이긴 하지만(두뇌파에 냉철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생각하면서 다른 동료도 적당히 걱정해주고 사건 해결에는 무진장 힘쓰는 불나방타입) 뭐라고 해야할까요, 시나리오에 몸을 담그면서 깊이가 확 깊어져버린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되게 기묘하다 생각이 드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후의 활약이 기대가 안되는 게 아니에요. 성미 상 뭔가 일을 터뜨릴 캐릭터긴 해서... 앞으로 어찌 될지는 이후의 세션으로 서사를 진행시켜볼 생각입니다.
세션 중의 이야기를 하자면, 설강화를 생각하는 마음은 분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애가 사쿠라의 말을 들어준다고 맘 속으로 딱 약속을 해버린 상태라서;;; 그 후로 그걸 철저히 지킬 기세로 오더랍니다. 그 상대가 자기가 한 때 아꼈던, 설령 아내였다고 해도 진실을 알고 있으니까 단장에 빙의당해 본심을 잃고 서적경으로 이용당할거라면 자기가 보내주자... 뭐 이런 마음가짐으로, 망설임이 거의 없었다고 봅니다. 물론 안 흔들렸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나마도 자기 할 일을 할 뿐이라고 그냥 퉁 치고 넘겨버려서.... 그 바람에 더 매몰차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은 제 캐릭터답네요(...) 자기가 할 일을 다 하고나서 자괴감이나 회한에 잠기는 부분이요... 실상 제 캘 대부분이 이렇기도 해서()
4. NPC
설강화나 사쿠라의 이야기는 좋았습니다. 서로 미련을 놓지 못하는 부분이 안타까웠어요. 뭐 이 안건에 대해서지만 제 캐릭터는 아예 죽은 건 죽은거지(쏘쿨) 이런.... 내내 이 상태여서 갈등의 여지도 없었다는 게 함정(...) 아니 좀 감정이입좀 해줄래..... 감성이 왜 메말라있냐...ㅠㅠ
그리고 세션 중 사망증명 서씨ㅋㅋㅋㅋ 사망증명서가 처음에 등장할 때 그 이름이 너무 강렬해서 좀 웃어버렸습니다. 그 후로도 이리저리 깨알같은 귀여움이 있어서 정이 좀 들려던 참에 이를 시기한 설강화에게 봉서(이게 아님)... 나중에는 뭐 설강화도 사라졌고 봉서에서 풀려났다고 해주셨으니... 으으음, 어찌 되는걸까요, 이 분.
사쿠라나 딜런한테 이따금 찾아가기라도 할 지, 아니면 아예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일지.... 어쨌든 NPC로서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사망증명서 씨가 재밌는 캐릭터였어요.
5. 플레이 상의 아쉬운 점
제가.. 좀더 렌을 서포트를 해줬어야...ㅠㅠㅠㅠ 그리고 심리묘사 좀 더 할 걸......
아 정말 개인적으로는 이 둘... 특히나 PC소멸에 좀 맘이 아프지만... 린님이 아쉬워하지 않았다면 저도 괜찮습니다...
횡설수설이지만 이런 좋은 시나리오 마스터링해주시고... 함께 즐겨주신 에틸린님, 베릴님.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기회있을 때.... 어느 룰, 어느 시나리오에서건 좋으니 함께 즐겨보아요.... 사요나라....
티스토리의 게시물( http://phantasian.tistory.com/95 ) 에도 누누이 언급한 적 있었지만, 이 시나리오는 갓입니다.
(빠른결론)
이것은 정말 제 개인적인 감상만이 아닙니다. 단연 시나리오 구성적인 면이나 전개에서도 PC들만의 문제가 아닌, 플레이어가 이 시나리오를 플레이하면서도 한번 쯤은 고심을 하는 내용이었다는 것이 높게 평가할 만 합니다.
다른 어중간한 철학이나 주제가 아닌 생과 사에 관련된만큼 가볍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적당히 무거우며, 이 문제를 끝에 가서 PC로 롤플레잉해 나름의 결단을 내리게끔 하는 구성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단순히 선형으로 어쩔수 없이 해야하니까~ 라는 티를 내며 억지로 끌어갔다면 거부감이 들었겠지만,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라고 쳤을 때 비슷하게 행동하겠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시나리오가 잘 되어져 있고 몰입감도 있었습니다.
2. 아카미네 히카루에 대해서
히카루에 대해서는... 역시 세션 전 이리저리 설정을 써놨었던 게 영향이 컸습니다.
오모카게 섬에 오기 전, 히카루는 철저한 외톨이였습니다. 딱히 누군가와 협력을 할 생각도 없었고, 되려 사람들을 배척하며ㅡ이것은 대항종이란 특성과, 히카루의 과거설정이 만들어낸 콜라보레이션이었죠.ㅡ
그렇게 고립되게 살아가다보니, 시야가 좁아져 있었어요. 세션 중에는 그 부분을 좀 중점으로 롤플을 했었던 것 같네요.
분명 자신의 할 일에 대해서는 칼 같지만, 어딘가 구멍이 뚫린 모습이 그 증거라고 해도 되겠죠.
임무만 했지 일상을 잘 겪어본 적도 없으니 사람들 간의 상식이 부족하고 그러다보니 교류가 잘 될 리도 만무하고요. 전형적인 칠드런.... 아니, 그 미만의 독불장군같은 면모가 있었습니다. 막말로, 혼자 객지에 던져져도 혼자서 살 잘 성격이라고 봐도 됐을 정도로요.
음... 제가 굳이 히카루를 이런 성격으로 계속 끌고 갔던 이유는, 어찌됐건 히카루는 동료로 하여금 시야를 틔워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있어서였습니다. 자신이 그렇게 회피하고 싶어하고 가급적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에게서 개선점과 돌파구를 찾는 것이 히카루에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 같기도 했구요.
뭐... 이 점에 있어서는 스오가 굉장히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ㅋㅋㅋ 히카루는 규율에 철저한 성격이다보니, 상사의 명령을 위반할 리도 없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스오를 비롯한 동료들과 협력을 하게 되는 것이 계기가 되어서 점차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마음을 틔웠다고 봅니다.
3. 세션하며 어려웠던 것?
역시 히카루의 챠반이 모자랍니다...(진지함) 히카루가 좀 더 덜 진지하고 유쾌했었더라면 더 다양한 리액션이나 전개가 가능했으리란 아쉬움이 듭니다. 열혈인 건 정말 좋은데 성격 상 혼자 행동하는 건 어디 안 가다보니 NPC를 비롯한 PC들과의 교류가 좀 부족한 감이 있었어요.
특히 PC들간의 교류. 이 부분은... 세션 내내 느꼈던 것인데 특히 스오 제외한 사츠키와 야에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 역시 직접적으로 히카루를 통제하는 포지션은 스오이다보니(그리고 같이 살고 있다보니 그 시간의 차이ㅋㅋㅋ) PC간 교류에 불균형이 생긴 것은 아직도 아쉽습니다.
4. 마지막 보스에 관해서
실상 더블크로스 세계관의 최고존엄으로 쳐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인물(엄밀히 말하자면 낫닝겐인)
플래너, 츠즈키 쿄우카....
이 인물이 보스란 것은 스토리적으로도, 전투적으로도 정말 위기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최종보스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어요. 카리스마도 카리스마고 기믹도 장난이 아니었어서, 거기다 전 그 기믹의 일부를 이미 안 상태다보니까 잔뜩 위축되어있었습니다. 그 바람에 세션 전부터 졈화 각오하고 온갖 상상하면서 조우했는데...
역시 그 이름에 걸맞는 강함을 보여줬네요.
와아아... 정말 죽겠다. 이러다가 정말 졈화하는 거 아니야...? 생각 들 정도였어요. 그래도 티스님이 조절을 잘해주셔서 무려 침식이 191%였는데도 불구하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렇게 큰 일을 치르고 맞는 엔딩이란.......ㅠㅠㅠㅠ 감격이었습니다. 그간의 고생이나 고뇌가 막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감회가 새롭더군요...
5. 개인적으로 꼽는 명장면
히카루의 오너로서 지극히 주관적인.... 아카미네 히카루에게 있어서 명장면은
3화에서 키리히토와의 배틀, 그리고 4화의 나이팅게일과 작별하는 장면, 마지막 5화의 사츠키가 자신의 D로이스를 세계로 퍼뜨리는 그 씬이었습니다.
특히 5화의 사츠키는 그간의 고뇌에 대한 결단을 내리고, 자신의 힘을 써서 모두를 위로했다는 점에 감격이었습니다.
아..... 엔딩보고 나서 그 하트리스 크리스탈 D로이스 설명을 보는데 제가 다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구요. 허허 참ㅠㅠ
6. 세션 후의 히카루
아마 히카루는 스오와 함께 지부에서 일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오의 진심, 자신의 진심을 확인한 시점에서 이는 물흐르듯 당연할거라 생각해요.(훈훈
원래는 이런 전개가 정말 나올 지 꿈에도 모르고 막연히 엔딩 후에는 본부 에이전트가 되어 잘 살겠거니,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엔딩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히카루와 스오... 둘이 이제 행복해야 해....(손수건
그리고 물론 스오만이 아닌 다른 PC들과도 계속 교류할겁니다. 이따금 넷이서 도쿄에서 같이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것도 먹고 그랬으면 합니다. 어디 놀러가는 것도 좋겠군요!
7. 후기를 마치며
주절주절 정신없이 써내려갔지만, 정말 재밌고 즐거웠습니다. 하트리스 파티원들 정말 잊지 못할거고... 제 개인적인 욕심입니다만, 후속 시나리오... 후속 캠페인을 가고 싶습니다....(주르르륵 뭐 어디까지나 욕심이니 하트리스를 끝낸 이 시점에서는 며칠 간 이 여운에 잠기고 싶다 생각합니다.
반은 제 제안으로, 반은 제 의욕으로 시작한 더블크로스 캠페인 [하트리스 메모리]. 그 캠페인이 드디어 막바지에 도달했습니다... 현재는 4화가 끝나고 몇 주 지난 시점이군요.
이야, 3월 1일 그랜드 오프닝을 하며 이래저래 스토리가 어떨지 팝콘 뜯고, 기대를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진상은 거의 밝혀져 있고, 다음 달 5일이면 이 5화의 대장정이 끝나네요.
비록 티알 세션으로 보자면 1달에 1번, 이틀에 1화라는... 꽤 느려보이는 페이스였어도... 솔직히 이 캠페인, 이 스토리였다면 정말 그럴 가치가 있을 텀이었다 생각합니다.
진행하면서 티알 스토리 치고는 굉장히 느낀 것도 많았고, 생각하게 하는 스토리였습니다. PC들 간의 교류, NPC들 간의 교류, 그들 사이의 스토리 무엇이든, 더할 나위없이 훌륭합니다. 비록 거의 10년 전에 나온 캠페인 북이라서 스토리나 장치,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조금 낡았을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걸 제치고서라도 시나리오로서의 값어치는 현재 프리미엄에 버금간다 봅니다.
제가 이렇게 호평을 하는 이유는, 이 시나리오가 단순히 현재 3rd의 임무위주의 시나리오(이 부분은 더블크로스를 보는 제 회의적인 시선입니다.)와는 다른, 일상에 밀접해있으면서도 그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이게 바로 더블크로스가 지향하던 원래의 스토리, 시나리오가 아닌가 싶더라구요.
많은 시나리오를 접하고 룰을 접해봤지만, 이렇게 지나고 보면 찡해지는 것은 사실 몇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스토리는 감동을 따라가다가 자극만을 남기기도 하고, 목표와는 동떨어진 시나리오도 많이 봐왔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다릅니다. 이렇게 더블크로스 시나리오 치고는 오랜 기간, 캠페인의 한 화 한 화 엮어가면서 생각의 여지를 끊임없이 던지며 여운을 조금씩 남기고 끝내 훌륭하게 마무리를 한다는 것이... 정말 어느 리뷰 말마따나 더블크로스 2nd Edition의 유종의 미라고 불릴만 합니다. 박수 짝짝짝.... 앞으로 이런 양질의 시나리오가 더 나와줬으면 합니다. 정말로요.
아카미네 히카루의 이야기
실은, 저는 TRPG를 하면서 좋은 캐릭터성이 무엇인가 상당히 고심을 해왔습니다.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 캐릭터가 스토리를 대하는 태도, 캐릭터를 쓰는 플레이어 입장에서 어떤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은가. 뭐 이런 흔한 고민들로요. 답을 한가지로 낼 수 없는 것들을 매번 머리 싸매왔고 답답함에 글로도 많이 찾아 접했었습니다.
저 나름대로도 그걸 반영해 여태 TRPG를 하며 긍정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위해 힘써왔어요. 하지만, 그것에서 되려 제 한계에 맞닥뜨리게 됐습니다. 안되는 것은 안되더라, 나는 이 정도까지 한계다... 그게 점점 드러나는게 보이면서 저는 좀 일시적으로 의욕을 잃었습니다. 어차피 난 이걸 못해. 어차피 내가 이걸 하면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들어해. 사람들이 난 이렇다고 하니까 이래야겠다. 뭐,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겹겹이 쌓이기도 했었구요.
그리고 이번 캠페인에서 전 제 문제점을 타파하고자 캐릭터의 단순화를 시켜보자 생각합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정말 흔한, 단순무식 열혈캐릭터라는 컨셉트였습니다. 저는 생각이 많은 타입인 고로, 언제나 멀리서 상황을 관전하거나 적당히 넘겨가면서 옆에서 얹혀가는 포지션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 문제점을 정면으로 뚫기 위해, 가장 스토리에 적극적이어야 하고 간섭을 열심히 해야 하며 에너지 소모도 큰 캐릭터성을 골랐습니다. 그것도 단순열혈로요. 그 의미는 너무 생각하지 말고 저지르자, 라는 제 나름의 방향성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캐릭터를 만들고 성격을 구체화시킵니다. 과거도 정합니다. 히카루의 과거는 어느정도 오너의 성격을 투영한 것이 있었습니다. 무의식 중에 만들고보니 이런 점은 부정을 못하겠네요... 그리고 캠페인에 냅다 던져집니다. 솔직히 히카루의 캐릭터를 어떻게 해야겠다고는 생각 전혀 안했습니다. 그냥 못해본 열혈 캐릭터 할 거야! 이게 전부였습니다.
대놓고 말하자면, 아카미네 히카루는 폼생폼사가 컨셉이었습니다. 초기 컨셉이 불량학생(이라 쓰고 건달이라 읽음)이었다는 것과 성격이 껄렁했다는 것이 그 점이네요. 물론 이것은 한 번의 물갈이로(...) 대폭 변경되긴 했습니다.
그리고 캠페인을 하다보니, 단순 열혈과는 다르면서도 나름대로의 열혈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단순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자신의 상식에 반하는 것은 화를 낼 줄 알고, 대놓고 불도저를 동원하기도 하고, 낙심한 동료를 격려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미숙하고 실수도 하고 자기 세계에 빠져 살기도 하지만 동료로 인해 영향을 받고 서서히 고쳐나가는 그런 캐릭터성이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는 정말 히카루에게 애착이 갑니다. 여태 했던, 흔히 했던 제 상투적인(나쁘게 말하자면 비협조적이고 방관적이며 싹퉁이 없다고 해야겠습니다.) 캐릭터와는 다르게 자의를 가지고 문제점을 뚫고 나가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이 캐릭터는 제 티알피지 역사상 가장 제가 원하는 방향성을 띄며 잘 가고 있는 캐릭터라 볼 수 있습니다.
그 캐릭터의 결말이 어찌 될 지는 이후 5화에서 판가름이 나게 되겠죠. 결과가 어떻게 나든, 저는 납득할 생각입니다.
세션 이야기
하트리스 메모리는 매 화마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포일러 때문에 더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스토리의 긴장감이 엄청납니다. 매화 빵빵 터지는... 타임라인에도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만, 롤러코스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원기옥을 모아다가 빵 터뜨리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이것이 캠페인 내내 계속됩니다. 지루할 법할 틈? 그건 제가 여태 세션하며 그리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일상을 더 만끽하지 못해 아쉬운 건 있었지만요.
그리고 히카루는 이 스토리를 타고 잘 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는요. 비록 불나방된다는 예감이 4화에서 빗나가긴 했어도...(4화는 솔직히 히카루가 굉장히 인고를 한 티가 났습니다.), 5화는 정말 그럴거 같으니 오너인 제가 목줄을 잘 매야겠습니다. 뭣하면 제네시프트하고 달려들거 같아서요.
솔직히 캠페인에 있어 막화 로스트만큼 안타까운 상황이 있을까 싶은만큼.. 더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멤버로 정말 최상의 엔딩을 보고 싶은 욕심이 있는지라. 모두들 마지막까지 힘내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
5화를 앞둔 시점에서 후기 비슷한 글을 쓰게 되는데, 이것은 제 아쉬움을 최대한 덜어내기 위한 일환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하트리스 파티원들 정말 더럽하고 있어요. 밍나밍나 다이스키...
같이 세션을 해주겠다고 해주신 플레이어분들과, 하트리스 메모리를 굴려주신 GM 티스님께도 정말 감사하다고 하고 싶습니다. 덕분에 정말 좋은 캠페인을 알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