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 4월 중순까지 TRPG 관련 모든 일정을 중단합니다. 지치기도 했고 의욕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 여유가 없어서. 이후로도 여러모로 현실문제가 있는지라 아무 생각도 안하고 저에게 집중하면서 할 건 하면서 쉬다오고 싶습니다. 차후 활동에 관해서는 돌아오는 대로 말하겠습니다.
실패한 인물, 성공한 인물은 그럴싸한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조금 전에 구입했던 스토리텔링 책을 읽으면서도 확실해졌는데, 캐릭터를 구현하면서도 고려해야할 것이 꽤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TRPG를 하는 목적은 다른 게 아닌, 다양한 이야기의 구현과 체험이다. 현실에서는 벌어지기 힘든 사건이나 세계관, 사건들을 몸소 경험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 구현을 위해 캐릭터를 이용해서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내가 TRPG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흥미로운 세계관이나 룰의 재미, 게임적 요소의 즐거움 같은 부차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드문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내게 있어서 인물은 캐릭터 개인의 서사가 내 구미를 당기지 않는 이상 어차피 스토리의 하위로 취급당한다. 유감스럽지만 이게 내가 인물을 보는 관점이다.
그런 캐릭터라도 이용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매력적이고 사랑받는 캐릭터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최근 하고 있는 생각들은 이 캐릭터성을 최대한 성공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한 요소와 조건들을 찾는 것이다. 정리해보자면, 흔히들 말하는 '캐릭터 덕질'을 위한 것이 아니고 캐릭터의 긍정적인 면, 내 의도에 최대한 맞춰 캐릭터의 성격을 짜고 연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필요한 것인지 헤집고 싶은 것이다.
대다수 TRPGER들에게 있어 캐릭터들은 나름대로 애착이 있고 시나리오에 있어서도 필수불가결한 소중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 글의 관점에 대해서는 다소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 블로그에 게시된 개인의견이기 때문에 이런 견해도 있다고 넘겨줬으면 한다.
캐릭터 표현의 어려움
내가 캐릭터성을 정하고 그것을 제대로 이끌어간 적은 슬프게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캐릭터가 어떤 의도로 행동했고 어떤 결말을 맞았는가를 전부 따져봤을 때 내 기준에 차는 캐릭터는 그다지 많지 않다. 객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캐릭터의 행동에 있어 어떤 이유가 있다고 나중에 붙인 경우 어차피 궤변, 의미부여를 한 후설정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애매모호하고 뇌내망상과도 같은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컨셉이 명확하게 그 자리에서 다른 플레이어에게ㅡ작품으로 치면 독자ㅡ캐릭터가 와닿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나가는 요령이 필요했다. 이런 높은 기준이기 때문에 기준을 만족시키려면 그 허들이 상당히 높고 자연히 성공적인 캐릭터는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이대로 무미건조하게 캐릭터를 찍어내듯이 만들어 어영부영 플레이하는 것보단, 방법론을 만들어 구축하고 그 프로세스를 거치는 편이 내가 더 만족하며 RPG를 플레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캐릭터 표현의 성공례 고찰
내 적은 성공례의 캐릭터 디자인은 전부 어떤 키워드로 시작했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키워드ㅡ그것이 성격이건 외양이건 어떠한 키워드로 시작해서 마인드맵식으로 전개시켜나가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좀 더 고려하고 만들어진, 즉석이 아니고 고찰을 해 한 두번정도 갈아엎은 설정이 더 정교하고 성공률이 높았다. 이것은 또 많은 것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데 첫번째로 캐릭터의 핵심이다.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떤 난관을 마주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축약해내는 무언가가 키워드가 되는 것이다. 그 키워드는 너무 난해하면 안되고 직관적이어야 한다. 예로 내 성공적인 캐릭터 중 하나는 키워드가 '열혈 소년만화 주인공'이었다. 이것에 충실하게 따라 작성하고 적당한 설정을 쥐여주는 것으로 꽤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었다.
두번째로는 캐릭터의 계획이다. 즉석으로 우연히 캐릭터성을 붙여 만들어나가는 것도 즐겁지만 그것은 확실하지 않은 방법이다. 또 내 의도와 맞지 않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서, 좀 더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의도가 명확해야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 캐릭터의 의도를 떠받쳐주는 것이 캐릭터의 과거설정이고, 이 과거는 캐릭터의 현재를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TRPG는 특성상 캐릭터가 변화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있기 때문에, 내 성공례의 캐릭터는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이 과거가 너무 지배적이지 않게 캐릭터를 구성했다. 어떤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성격이 이렇고 극복해야할 장벽은 무엇이라는 것을 과거로서 제시한 것이다. 그 결과 캐릭터를 롤플레잉하면서 헤매는 일이 줄어들게 되었다.
반대로 실패예의 고찰
반대로, 실패예는 대부분 중구난방이었다. 그 상황에서 유독 하고 싶은 게 많았다거나, 계획성 없이 캐릭터를 작성해 핵심 키워드가 유실된 탓에 캐릭터의 컨셉이 일관적으로 유지되지 않은 경우였다. 이것은 TRPG의 유동성과도 관련이 있는데, 스토리에 따라 대처를 하다보니 무리하게 틀어지거나 상황에 부적절하게 조절하여 캐릭터의 일관성을 떨어뜨리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캐릭터는 매력적이지 않았고 자기멋대로 움직이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또, 캐릭터가 1차원적인 것도 고질적인 문제였다. 너무 단단하고 안정적인 캐릭터성도 좋지 않았다. 캐릭터를 구성하는 요소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 계속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캐릭터는 예측하기 쉬워지고 난관이 적으며 그 결과 지루해졌다. 이 부분은 TRPG의 변화해가는 스토리와도 반대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캐릭터성이 퇴화하고 수축하기 쉬웠다.
캐릭터의 능동성이 없는 것도 장르적인 특성과 아우러져 좋지 않았다. 어떤 과거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인물이 가만히 있다면 이야기는 정체되어 진행이 되지 않는다. 또, 변화를 너무 없이 가는 경우에도 그 캐릭터성에 질려버리는 경우가 생겼다. 이 부분을 간과해버린 경우 실패한 캐릭터로 남았고, 정적인 캐릭터성을 짜는 것에는 보다 더 깊은 고찰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성공적인 캐릭터를 위한 조건?
그렇다면 성공적인 캐릭터를 구축해 잘 운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난 스토리텔링 책에서 이 힌트를 찾았다.
1. 캐릭터에게 성격의 기반이 되는 과거를 쥐여준다.
캐릭터의 성격은 과거의 산물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캐릭터의 성격도 단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건들을 겪어가면서 서서히 만들어지는 행동양식이 바로 성격이다. 그 때문에, 캐릭터의 과거의 분위기와 사건을 몇 개 정도 설정해두는 것으로 성격을 보다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다. 다만, 남모를 과거를 지니고 있는 경우ㅡ비밀 설정이라고 자주 불리는 것ㅡ 캐릭터의 직관성이 떨어지기 쉽다.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설정해야 한다.
2. 정적인 캐릭터를 만들 때는 꼭 약점을 주도록 한다.
천하태평한 성격, 너무도 낙천적인 성격, 너무도 소심한 성격, 타인과 융화되지 않는 성격, 말이 없는 성격 등 정적인 캐릭터인 경우 TRPG의 기용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TRPG는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캐릭터가 어떤 지, 캐릭터의 심리 변화를 직접 보여내야하는데, TRPG의 세션에서 시나리오 외적으로 대뜸 이 캐릭터가 왜 이런지를 보여주겠다고 나서서 구구절절 묘사를 하는 것은 대부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캐릭터를 내/외부적인 요소로 움직여야 한다. 캐릭터간의 대화, 캐릭터의 동기를 주는 인물이나 사건으로 인한 것들도 전부 포함해 캐릭터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설계하고 운용해 캐릭터를 표현해내야 자연스럽고 융화에도 무리가 없다.
3. 동적인 캐릭터를 만들 때는 일관적으로!
외향적이거나 점차적으로 성장해가는 성장형 캐릭터를 채용하고자 할 때는 캐릭터의 중심이 잡혀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캐릭터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컨셉을 몇 가지 선정해 과거와 성격과 설정으로 개연성을 만들어야 한다. 이후 그것에 위화감이 없다면 캐릭터는 세션에서 의도대로 잘 이끌어갈 것이다. 이것에는 많은 생각과 상담이 필요하다. 하지만 성공했을 경우에는 긍정적으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만들어낼수도 있다. 물론, 이 캐릭터에도 장단점과 강약점이 있어야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4. 노리는 요소는 철저하게 뺀다.
캐릭터 설계에 있어서 가장 큰 미스가 있다면, 외적인 것이나 자잘한 설정에 너무 집착하는 경우이다. 캐릭터를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과 개연성이다. 캐릭터에 이유가 없다면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으며, 이입을 할 수 없다면 공감도 할 수 없다. 내외적으로 공감을 얻지 못하는 캐릭터는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물며 악당도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는 이유와 개연성이 있어야 주인공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적절히 이용해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좋지만 작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요소는 가급적 쳐내야 한다. 좋은 시나리오, 무대, 이야기에는 그에 맞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용도에 맞게 선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5. 표현되지 않을 것이라면 과감히 요약하거나 폐기한다.
세션에 캐릭터의 설정이 다 녹아나오지 못할 것이라면 과감하게 빼도록 한다. 캐릭터의 설정을 한가득 쌓아두는 것도 좋지만 이것은 세션에 표현이 되어 이야기가 되었을 때에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비하인드들이나 세션 외의 설정들은 소설이나 글로 남겨두되 표현해낼 때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과감하게 쳐내라. 생각 외로 세션 내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으며 주인공은 당신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은 이상 세세히 나올 일이 없는 것들에 체력을 소모하여도 그다지 의미있는 행동은 아니다.
6. 캐릭터 간의 관계는 명료하면서 간결하게 간다.
캐릭터에게 있어 성격을 보여주는 가장 큰 요소는 성격도 있지만 캐릭터들과의 관계이다. 하지만 이 관계에 너무 복잡하게 잔가지를 만들어버리면 캐릭터가 흐려지고 핵심을 놓치기 쉽다. 따로 소설을 쓸 것이 아니라면 복잡하게 관계만을 벌여놓기보다는 캐릭터의 중심을 잡고 스토리에 초점을 둬 그 상황에 대응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편이 성공적일 확률이 높다.
7. 캐릭터를 만들 때에는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간다.
의도를 가지고 계획을 짜고 캐릭터를 만들면 그 캐릭터로 어떻게 표현할 지가 보이게 된다. 기껏 만든 자신의 캐릭터가 목적도 없이 적당히 표류하며 적당히 끝내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욕심이 있다면 캐릭터를 구성하는 데에 시간을 쏟아보자.
8. 캐릭터의 표현은 직관적이어야 한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에 사족이 붙고 이러이러하다 일일이 설명을 해야만 한다면 그 시점에서 그 캐릭터는 그다지 좋은 캐릭터라고 볼 수 없다.
캐릭터의 과거는 성격으로 표현되게 되어있으며, 캐릭터의 컨셉과 성격을 가지고 행위를 해서 그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표현되는 것이다. 필요한 설명을 제외하고 제아무리 따로 잔설정을 풀어써도 타인의 입장에서는 지루할 뿐ㅡ흥미가 있을 경우는 예외로 하고ㅡ어필에 있어서 별 의미는 없다.
반면 캐릭터가 핵심을 짚어가며 자연히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이 캐릭터는 이렇다'라고 표현되는 것이 명료하다면 이것은 성공한 캐릭터라고 봐도 될 것이다.
9. TRPG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임이다.
나는 TRPG를 하며 캐릭터 위주의 시점인 사람과, 이야기 위주인 시점의 사람을 여럿 만났다. 같은 TRPG지만 그 두 시점의 차이는 명확하게 존재한다. 어느 쪽이든 나는 존중하지만 TRPG의 개념을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줬으면 한다. TRPG는 캐릭터를 매개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스토리텔링 게임이다.
캐릭터가 어찌됐건 이야기에 협력을 해야하고, 이야기의 변화에 따라 캐릭터성을 바꾸는 등 능동적으로 대처해야만 한다. 때문에, 캐릭터만을 보고 캐릭터 간의 사사로운 것에 너무 몰입하기보다는 이야기를 전개해감에 따라 캐릭터가 주체가 되어 유도리 있게 대처를 해나가는 방식이 좋다는 것이 내 사견이다.
결로온
물론 이 화제는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 아닐뿐더러 개인의 고찰과 사족에 지나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은 캐릭터의 표현방식과 캐릭터의 성공적인 묘사를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욕먹을 걸 각오하고, 최근 느낀 힘든 유형들을 모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너무 힘들어요ㅜㅜ
1. 라그나형, 자캐덕질형 자기 캐릭터 자랑, 일방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원하시는 분, 먼치킨플레이나 화려한 연출을 요구하시는 분 등 유형은 다양하지만 제일 힘든건... 이런 분이 여러분 모여서 서로 캐릭터 잡담을 하며 시나리오에 몰입하지 않으시는 경우입니다. 이게 계속되면 GM으로서는 의욕도 없고 될대로 되라가 되어버리거든요. GM은 시나리오에 집중해주셨으면 하는데 서로의 캐릭터만 보고 웃고 있으니 집중력 저하가 일어나는 건 물론이고 통제하려 해도 반발이 일어날까 잘 하지 못하겠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진전은 없고 다들 시나리오와 상관없는 롤플레잉과 잡담만 하고 있고... 이렇게 되면 GM은 스트레스입니다. 무척 힘들어요.
2. 시나리오 메타발언 지나친 메타발언으로 분위기를 깨시는 경우입니다.
추측이야 얼마든지 되지만 GM이 재량껏 잘 넘기려고 하면 의문이 풀릴때까지 질문을 반복하시거나 지적을 하시거나 딴지를 거시는 등은, 힘듭니다.
3. 캐릭터가 꽉 차서 오신 경우 시나리오적으로 개입할 여지도 없이 캐릭터서사가 꽉 찬 캐릭터를 들고오시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자기주관이 확실한 점이 강점입니다만, 자기서사가 강한 캐릭터는 웬만한 노력이 없으면 파티와는 겉돌게됩니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해서, 캐릭터성의 변화 여지가 없어져 재미가 없어요... 과거를 필요이상으로 디테일하게 짜오시거나, 플레이어 몇 만이 알법한 서사, 인물 등을 짜오시는 것도 플레이는 물론 파티에 장벽을 만들고 위화감을 줘요. 그래서 제가 굳이굳이 새 캐릭터를 짜라고 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물론 캐릭터가 외향적이라거나 협조적이라거나 등으로 장벽이 없는 류라면 괜찮지만 역시 융화가 다소 힘듭니다. 기존 캐릭터를 주로 내보시는 분들은, 애정이 있는 건 알겠지만 이따금 적당히 새 캐릭터를 짜는 유도리도 필요해요...
또, 세션마다 원하는 캐릭터상, 요구되는 의도가 다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가급적 이것을 맞추는게 좋습니다.
안 그러면 시나리오의 의도와 어그러져 편해야할 세션에 지장이 생겨요.
여러분. 세션은 여러분의 캐릭터를 단순히 멋지고 화려하게 어필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시나리오를 함께 전개해가며 이야기를 쌓고 서사를 쌓는 것입니다. 그것에 명확한 인지없이 별 목적없이 캐릭터 위주로 단순히 놀기 위해 한다는 건 시나리오 플레이를 안하니만 못합니다. 부디 숙지해주세요.
이 글을 작성하게 된 계기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고찰, 그리고 두 분야의 차이점을 바르게 인지하고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으로 TRPG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캐릭터를 다룰 때 뭘 주의해야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커뮤니티를 과거 한 적이 있으며 현재 TRPG를 즐기는 알피져이다.
또 여기에 제시된 두 미디어는 전부 예외인 케이스가 있으므로 일반화해 받아들이지 말자.
1. 창작 커뮤니티와 TRPG의 정의
- 창작 캐릭터 커뮤니티 사람들이 캐릭터를 특정 세계관으로 편입시켜 교류하고 각자 스토리를 진행하는 형태의 대규모 놀이. 커뮤니티 별 어느정도 정해진 스토리와 이벤트가 있으며 사람들은 이것을 접하고 참여를 원하면 캐릭터의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특유의 세계관이 존재하고, 암묵적으로 혹은 가시적으로 제시한 규칙에 따라 일정 기간 활동을 하게된다. 그 규칙은 넓은 범주인 편이며, 실상 활동하는 데에 제약이 널널한 편. 이 형태의 유형을 나눠놓자면 끝이 없지만, 가장 TRPG와 흡사하다 생각되어지는 형태는 스테이터스를 정하고 특정 때에 주사위 굴림을 혼용하는 형태일 것이다.
- TRPG 어원 상으로는 테이블에서 시트를 만들고 룰북에 적힌 룰에 따라 대략적인 시나리오를 개진, 시나리오와 룰에 따라서 맞는 행동을 하며 이야기를 전개, 발전시키는 놀이이다. 창작 커뮤니티에 비해 소규모이고, 룰에 따라 룰북이라는 공통된 매체를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 룰북에는 세계관을 비롯한 대략적인 틀이 어느정도 갖춰져 있다. 또, 룰북은 그 룰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물건이다. 플레이어를 구인하거나 마스터라는 진행자를 구인해 소규모의 팀을 만들고, 서로 시나리오에 필요한 사항들을 협의한 뒤 시나리오를 진행하게 된다.
2. 두 매체의 특징
- 창작 커뮤니티 +게임보다는 캐릭터 어필, 세계관에 캐릭터를 도입시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 커뮤니티에서의 스토리도 있지만 그것 외에는 주로 캐릭터들 간의 교류가 중심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 개개인의 개성과 설정이 중요해진다.
+같은 맥락으로, 캐릭터간의 관계에 무게가 가 있다. 대규모인 점도 더해 교류로 캐릭터성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커뮤니티를 하기 전, 혹은 도중에 서로의 캐릭터 관계를 협의한다.
- TRPG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시나리오 위주이다. 캐릭터들은 시나리오에 참여해 이야기에 기여하는 목적을 지닌다.
+캐릭터 간의 교류와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지만, 게임적인 것이 있으며 더 나아가 캐릭터들을 묶는 공통적인 목적이 있고 플레이어들은 이것을 인지해 이야기를 진행시켜야만 한다.
+주로 시나리오의 스토리텔링, 연출, 정보가 강조된다. 그리고 이것은 마스터에 따라 달라진다. TRPG는 어떤 식으로든 게임의 요소를 지니기 때문에 판정이란 개념이 있으며, 실패하면 패널티가 많든 적든 존재한다.
+시나리오 대부분이 시나리오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플레이어와 상황을 보고 방향과 전개를 바꾼다. 이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3. 두 미디어의 차이점
창작 커뮤니티는 커뮤니케이션 위주, 상호 교류인만큼 스토리를 전개하며 정보의 공개나 교류에는 TRPG보다 크게 비중이 가지 않는다. 이 점은 비밀설정이란 것에도 잘 나타난다. TRPG에도 이 비밀을 쓰는 룰은 존재하고 있지만(인세인 등) 이 경우에도 어느정도 정보를 공개하고 교류할 것이 기본전제로 되어있다. 이것은, 시나리오의 스토리 그리고 룰의 특성 상 비밀을 파헤치며 진상파악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창작 커뮤니티의 경우에는 이 목적성이 TRPG 대비 약하며, 대부분은 반전이나 스토리 진행을 위해 설정된다. 또한 개인의 설정에 있어서도 TRPG보다 합의할 점이 적어 터치가 적은 편이다. 커뮤니티의 특성상 캐릭터를 명확히 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설정을 대부분 확보한 채로 진행한다.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진행하며 큰 틀에서 서서히 설정을 붙여나갈 수 있는 TRPG와는 차이가 있다.
4. 창작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이 TRPG를 할 때 주의할 점
이것들에 착안해 생각해본다면 창작 캐릭터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들은 캐릭터를 세계관에 유입시키고 그 곳의 다른 캐릭터와 교류를 하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가 캐릭터 위주의 진행과 서사가 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것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점은 TRPG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TRPG를 접했을 때 범할 수 있는 실수를 몇가지 적어본다.
위에 서술한 정보교류의 부재, 그리고 캐릭터 위주인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TRPG의 대부분은 어디까지나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PC들의 서사와 행동이 목적이지, 캐릭터를 어필하거나 교류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나리오의 진행 중, 진행 전 언제라도 서로 협의를 하고 숨기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진행이 원활해질 수 있다.
다른 문제는, 세션 진행에 부적절한 캐릭터성과 설정을 붙인 채로 진행하는 것이다. 창작 커뮤니티의 캐릭터는 다양한 모습으로 어느정도 그 캐릭터성이 견고해져 있지만, 이는 적어도 TRPG에 있어 바람직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두 매체의 차이로 비롯된 것인데, 캐릭터 커뮤니티의 '교류'와 '어필'이 아닌 '협의'와 '타협'으로 진행을 하는 점 때문이다. TRPG는 세션 중 언제든지 설정이 바뀌거나 조정이 될 수 있다. 캐릭터 커뮤니티처럼 캐릭터성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이 TRPG를 접했다면, 시나리오를 진행하며 얻을 서사나 수정사항을 감안하여 캐릭터 설정의 밀도를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 너무 설정을 꽉 채워 완성된 캐릭터는 행동 전반에 제약이 걸린다. 이 캐릭터는 유연성이 필요한 플레이를 하고자 할 때는 굉장히 불리하다. 거기다 시나리오나 다른 PC가 그 설정에 개입할 여지가 없어져버리면 결과적으로 그 캐릭터성은 바뀌지 않는다. 이것은 TRPG에 있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우연과 협조로 캐릭터가 바뀌어가는 것 또한 TRPG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고 묘미이기 때문이다.
또, 협의를 거치지 않고 만든 설정이 있다. 이것은 예상 밖의 트러블을 부른다. 작성 때부터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설정이 있고, 그것을 시나리오 진행 중 협의 없이 제시했다면 대부분의 탁에서 그 설정은 묵살되거나 조정될 것이다. 별 다른 이유없이 설정을 철저히 은폐시키거나, 진행에 관계없는 설정을 붙여 늘어놓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TRPG는 스토리에 초점이 더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GM이 제시한 NPC가 아닌 이상 플레이어는 타 PC의 설정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것은 캐릭터들과 긴밀히 교류하는 데에 익숙해진 사람들(커뮤니티를 하는 사람)이 봤을 때 불만사항이 되기 충분한 것이다.
이것들 문제는 전부 두 매체의 차이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서로 대화를 하여 조정하면 조절할수 있다. 서로 각 미디어를 이해하며 문제를 수정하는 노력을 해야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5. 해결책
조언과 양해구하기 캐릭터의 대략적인 컨셉을 정하고 조언을 구하거나 합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후 시나리오 진행 전 소개로 충분히 양해를 구하고, 마스터에게 상황의 지침을 요청하면 대부분의 마스터는 적절히 의견을 제시해준다.
쓸모없는 설정은 빼자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 있어 물론 설정도 중요하지만, 너무 광범위하고 시나리오와 관계없는 설정들은 마스터를 비롯한 타 플레이어들에게도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그 캐릭터의 심도를 올릴 수는 있지만, 시나리오에서 표현이 될 지도 모를 설정에 굳이 힘을 줄 필요는 없다. 덧붙여 설정이 촘촘할수록 변화의 여지가 없어지고 캐릭터의 난해함만 같이 올라가버리는 불상사가 생기니 처음에는 간략하게 쓸 설정만 쓰도록 하자. 더욱이나 TRPG같은 유동성있는 장르는 시나리오를 진행하며 설정을 생각해도 충분하다. 감이 안잡힌다면 GM에게 상담하자. 너무 숨기지 말자 협력을 요하는 룰인 경우 캐릭터가 중요한 설정이나 생각을 감추는 것은 독이 된다. 그 설정을 제시하고 싶을 때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더 난감해진다. 또, 그 설정을 계속 혼자 안고 있는다고 해서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리 주목하지도 않는다. 시나리오 중 어떤 감춰둔 설정을 쓰거나 행동을 취하고 싶다면 미리 합의를 하도록 한다. 별다른 무리가 없다면 허가해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GM은 허가해주지 않는다.
단순한 캐릭터 역할극이 아님을 인지한다 역할극으로 PC간의 교류를 극대화 하는 것은 상당히 메리트가 크다. PC간의 관계형성에 크게 기여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과유불급이다. TRPG는 PC간 교류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TRPG는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며 푸는 서사의 놀이이다. GM은 어찌됐든 이야기를 진행시켜야하므로, PC간 교류를 원활히 하되 과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할 책임을 가진다. 또 GM 또한 이 시나리오를 즐기고, 플레이어들을 도와주는 것이 주된 역할인 만큼 PC들끼리의 교류가 너무 과하지 않게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GM의 말에 잘 따르고, PC간의 필요한만큼의 교류를 합의하면 이 문제는 충분히 해결된다. 중요한 것은, TRPG를 게임이라고 인지하고 목적을 성실히, 적절히 이행하는 것이다.
가끔 이름 모를 노래를 듣다보면 내가 굴리거나 만들어둔 캐릭터들 성격에 딱 맞는 노래가 흘러들어올 때가 있다. 내 갠적으로 캐릭터성을 잘 표현한 곡을 뇌피셜 테마곡으로 지정했는데 몇 가지 소개.
[더블크로스]
아카미네 히카루's theme https://m.soundcloud.com/beeze-tysukiyomi/battle-of-the-bosses Battle of bosses by beeze 락느낌이 히카루의 다혈질적 성격, 분위기와 잘 어울려져서 테마곡이 되었다. 다른 GM님 세션으로 알게된 곡이고 보스브금으로도 딱.
타케우치 슈텐's theme https://youtu.be/uPFOlog02qk Shadowlord by Nier Ost 발로르의 컨셉과 분위기, 백스토리까지 고려했을 때 딱 테마곡이라 생각했다. 꽤 오래전부터 테마곡으로 밀고있다.
theme2
Darksoul 3 Main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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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로기]
사카모리 마린's theme
https://youtu.be/fAKkw71ff3U
Best of Umineko BGM - worldend dominator
마법전 주권에 상당히 어울린다 생각했다. 분위기 타기도 좋다! 이 쪽도 브금을 듣고 찾아놓은 것.
TRPG는 어디까지나 취미의 일환이며, 세션시간이나 문제소재를 고려해봤을 때 어느정도 이상의 선을 넘어서서는 안된다. 그 외 TRPG라는 취미가 일상이나 기타 개인생활에 악영향을 주지 말아야 함.
- 세션 시간 1. 평일 8시부터 2시간~3시간 진행. 단, 다인세션은 유동적. 2. 주말은 개인 스케쥴로 일요일 제외하고 최대 6시간까지만 진행.
- 시나리오 길이 1. 당일 끝낼 수 있는 분량의 시나리오가 아니면 2회~n회에 걸쳐 진행. 2. 당일로 끝낼 수 있는 시나리오는 합의 하에 더 길게 진행해 마칠 수 있음. 3. 세션일정은 하루 전까지 확정하고 당일 취소하지 않음.
세션빈도 1. 주말 포함 최대 주 2회. 2. 달마다 최대 8회. 그 이상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음.
세션 중 - 3시간, 6시간 간격으로 충분한 휴식시간 확보. - 합의 하에 세션시간연장.
문제소재의 타협 - 시나리오의 소재 문제를 파악하고 가능하면 온건하게 개변하거나 최대한 피함. - 문제가 있을 것 같을 땐 해당사항을 엄격하게 고지. - 반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시나리오는 마스터링하지 않는 것도 방법. - 누군가에겐 좋아보이더라도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이하 사항에서 진한 것들은 필자가 절대로 마스터링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득이하게 마스터링하게 될 경우, 충분히 고지하고 중단권유를 한다.
- 왜색이 짙은 룰, 시나리오 일체 - NTR, 불륜소재 - 변태적 페티쉬, SM소재 - 심한 가학, 폭력성을 띈 소재 - 심한 고어, 수위 묘사 - 19금 시나리오. 예외는 없습니다. - 예민한 사회적 이슈(종교, 정치, 이념갈등 등) - 실제사건을 강하게 연상시키는 것 - 플레이어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요소 일체 - 기타 플레이어가 불편하게 생각하는 묘사와 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