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와 TRPG

speak 2018. 8. 14. 13:16
 이 글을 작성하게 된 계기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고찰, 그리고 두 분야의 차이점을 바르게 인지하고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으로 TRPG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캐릭터를 다룰 때 뭘 주의해야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커뮤니티를 과거 한 적이 있으며 현재 TRPG를 즐기는 알피져이다.
또 여기에 제시된 두 미디어는 전부 예외인 케이스가 있으므로 일반화해 받아들이지 말자.


1. 창작 커뮤니티와 TRPG의 정의

- 창작 캐릭터 커뮤니티
사람들이 캐릭터를 특정 세계관으로 편입시켜 교류하고 각자 스토리를 진행하는 형태의 대규모 놀이.
커뮤니티 별 어느정도 정해진 스토리와 이벤트가 있으며 사람들은 이것을 접하고 참여를 원하면 캐릭터의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특유의 세계관이 존재하고, 암묵적으로 혹은 가시적으로 제시한 규칙에 따라 일정 기간 활동을 하게된다. 그 규칙은 넓은 범주인 편이며, 실상 활동하는 데에 제약이 널널한 편.
이 형태의 유형을 나눠놓자면 끝이 없지만, 가장 TRPG와 흡사하다 생각되어지는 형태는 스테이터스를 정하고 특정 때에 주사위 굴림을 혼용하는 형태일 것이다.

- TRPG
어원 상으로는 테이블에서 시트를 만들고 룰북에 적힌 룰에 따라 대략적인 시나리오를 개진, 시나리오와 룰에 따라서 맞는 행동을 하며 이야기를 전개, 발전시키는 놀이이다.
 창작 커뮤니티에 비해 소규모이고, 룰에 따라 룰북이라는 공통된 매체를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 룰북에는 세계관을 비롯한 대략적인 틀이 어느정도 갖춰져 있다. 또, 룰북은 그 룰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물건이다. 플레이어를 구인하거나 마스터라는 진행자를 구인해 소규모의 팀을 만들고, 서로 시나리오에 필요한 사항들을 협의한 뒤 시나리오를 진행하게 된다.



2. 두 매체의 특징

- 창작 커뮤니티
+게임보다는 캐릭터 어필, 세계관에 캐릭터를 도입시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 커뮤니티에서의 스토리도 있지만 그것 외에는 주로 캐릭터들 간의 교류가 중심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 개개인의 개성과 설정이 중요해진다.

+같은 맥락으로, 캐릭터간의 관계에 무게가 가 있다. 대규모인 점도 더해 교류로 캐릭터성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커뮤니티를 하기 전, 혹은 도중에 서로의 캐릭터 관계를 협의한다.


- TRPG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시나리오 위주이다.
캐릭터들은 시나리오에 참여해 이야기에 기여하는 목적을 지닌다.

+캐릭터 간의 교류와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지만, 게임적인 것이 있으며 더 나아가 캐릭터들을 묶는 공통적인 목적이 있고 플레이어들은 이것을 인지해 이야기를 진행시켜야만 한다.

+주로 시나리오의 스토리텔링, 연출, 정보가 강조된다. 그리고 이것은 마스터에 따라 달라진다. TRPG는 어떤 식으로든 게임의 요소를 지니기 때문에 판정이란 개념이 있으며, 실패하면 패널티가 많든 적든 존재한다.

+시나리오 대부분이 시나리오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플레이어와 상황을 보고 방향과 전개를 바꾼다. 이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3. 두 미디어의 차이점

 창작 커뮤니티는 커뮤니케이션 위주, 상호 교류인만큼 스토리를 전개하며 정보의 공개나 교류에는 TRPG보다 크게 비중이 가지 않는다. 이 점은 비밀설정이란 것에도 잘 나타난다. TRPG에도 이 비밀을 쓰는 룰은 존재하고 있지만(인세인 등) 이 경우에도 어느정도 정보를 공개하고 교류할 것이 기본전제로 되어있다. 이것은, 시나리오의 스토리 그리고 룰의 특성 상 비밀을 파헤치며 진상파악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창작 커뮤니티의 경우에는 이 목적성이 TRPG 대비 약하며, 대부분은 반전이나 스토리 진행을 위해 설정된다. 또한 개인의 설정에 있어서도 TRPG보다 합의할 점이 적어 터치가 적은 편이다.
커뮤니티의 특성상 캐릭터를 명확히 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설정을 대부분 확보한 채로 진행한다.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진행하며 큰 틀에서 서서히 설정을 붙여나갈 수 있는 TRPG와는 차이가 있다.



4. 창작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이 TRPG를 할 때 주의할 점

이것들에 착안해 생각해본다면 창작 캐릭터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들은 캐릭터를 세계관에 유입시키고 그 곳의 다른 캐릭터와 교류를 하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가 캐릭터 위주의 진행과 서사가 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것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점은 TRPG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TRPG를 접했을 때 범할 수 있는 실수를 몇가지 적어본다.

위에 서술한 정보교류의 부재, 그리고 캐릭터 위주인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TRPG의 대부분은 어디까지나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PC들의 서사와 행동이 목적이지, 캐릭터를 어필하거나 교류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나리오의 진행 중, 진행 전 언제라도 서로 협의를 하고 숨기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진행이 원활해질 수 있다.

 다른 문제는, 세션 진행에 부적절한 캐릭터성과 설정을 붙인 채로 진행하는 것이다. 창작 커뮤니티의 캐릭터는 다양한 모습으로 어느정도 그 캐릭터성이 견고해져 있지만, 이는 적어도 TRPG에 있어 바람직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두 매체의 차이로 비롯된 것인데, 캐릭터 커뮤니티의 '교류'와 '어필'이 아닌 '협의'와 '타협'으로 진행을 하는 점 때문이다.
TRPG는 세션 중 언제든지 설정이 바뀌거나 조정이 될 수 있다. 캐릭터 커뮤니티처럼 캐릭터성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이 TRPG를 접했다면, 시나리오를 진행하며 얻을 서사나 수정사항을 감안하여 캐릭터 설정의 밀도를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
너무 설정을 꽉 채워 완성된 캐릭터는 행동 전반에 제약이 걸린다. 이 캐릭터는 유연성이 필요한 플레이를 하고자 할 때는 굉장히 불리하다. 거기다 시나리오나 다른 PC가 그 설정에 개입할 여지가 없어져버리면 결과적으로 그 캐릭터성은 바뀌지 않는다.
이것은 TRPG에 있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우연과 협조로 캐릭터가 바뀌어가는 것 또한 TRPG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고 묘미이기 때문이다.

또, 협의를 거치지 않고 만든 설정이 있다. 이것은 예상 밖의 트러블을 부른다. 작성 때부터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설정이 있고, 그것을 시나리오 진행 중 협의 없이 제시했다면 대부분의 탁에서 그 설정은 묵살되거나 조정될 것이다. 별 다른 이유없이 설정을 철저히 은폐시키거나, 진행에 관계없는 설정을 붙여 늘어놓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TRPG는 스토리에 초점이 더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GM이 제시한 NPC가 아닌 이상 플레이어는 타 PC의 설정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것은 캐릭터들과 긴밀히 교류하는 데에 익숙해진 사람들(커뮤니티를 하는 사람)이 봤을 때 불만사항이 되기 충분한 것이다.

이것들 문제는 전부 두 매체의 차이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서로 대화를 하여 조정하면 조절할수 있다. 서로 각 미디어를 이해하며 문제를 수정하는 노력을 해야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5. 해결책

조언과 양해구하기   캐릭터의 대략적인 컨셉을 정하고 조언을 구하거나 합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후 시나리오 진행 전 소개로 충분히 양해를 구하고, 마스터에게 상황의 지침을 요청하면 대부분의 마스터는 적절히 의견을 제시해준다.

쓸모없는 설정은 빼자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 있어 물론 설정도 중요하지만, 너무 광범위하고 시나리오와 관계없는 설정들은 마스터를 비롯한 타 플레이어들에게도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그 캐릭터의 심도를 올릴 수는 있지만, 시나리오에서 표현이 될 지도 모를 설정에 굳이 힘을 줄 필요는 없다. 덧붙여 설정이 촘촘할수록 변화의 여지가 없어지고 캐릭터의 난해함만 같이 올라가버리는 불상사가 생기니 처음에는 간략하게 쓸 설정만 쓰도록 하자. 더욱이나 TRPG같은 유동성있는 장르는 시나리오를 진행하며 설정을 생각해도 충분하다. 감이 안잡힌다면 GM에게 상담하자.

너무 숨기지 말자
   협력을 요하는 룰인 경우 캐릭터가 중요한 설정이나 생각을 감추는 것은 독이 된다. 그 설정을 제시하고 싶을 때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더 난감해진다. 또, 그 설정을 계속 혼자 안고 있는다고 해서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리 주목하지도 않는다. 시나리오 중 어떤 감춰둔 설정을 쓰거나 행동을 취하고 싶다면 미리 합의를 하도록 한다. 별다른 무리가 없다면 허가해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GM은 허가해주지 않는다.


단순한 캐릭터 역할극이 아님을 인지한다   역할극으로 PC간의 교류를 극대화 하는 것은 상당히 메리트가 크다. PC간의 관계형성에 크게 기여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과유불급이다. TRPG는 PC간 교류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TRPG는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며 푸는 서사의 놀이이다. GM은 어찌됐든 이야기를 진행시켜야하므로, PC간 교류를 원활히 하되 과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할 책임을 가진다. 또 GM 또한 이 시나리오를 즐기고, 플레이어들을 도와주는 것이 주된 역할인 만큼 PC들끼리의 교류가 너무 과하지 않게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GM의 말에 잘 따르고, PC간의 필요한만큼의 교류를 합의하면 이 문제는 충분히 해결된다. 중요한 것은, TRPG를 게임이라고 인지하고 목적을 성실히, 적절히 이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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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UL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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